2026. 10. 10. 09:00ㆍ보행 안전시설
대각선 횡단보도는 걸어서 여러 번 건너 봤어요. 초록불이 켜지면 네 모퉁이에서 사람들이 한꺼번에 나와 교차로 한가운데에서 엇갈려 지나가요. 대각선 맞은편 모퉁이까지 신호 한 번에 갈 수 있으니 걷는 사람에게는 편한 횡단보도예요. 그런데 같은 교차로를 차로 지날 때는 사정이 달랐어요. 언제 멈춰야 하는지 헷갈렸고, 특히 우회전을 해도 되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어요. 걸을 때는 초록불 하나만 보면 되던 곳이 운전석에서는 왜 어렵게 느껴졌을까요? 같은 교차로를 걷는 자리와 운전석, 두 자리에서 차례로 살펴볼게요.
교차로 전체가 횡단보도가 되는 시간
대각선 횡단보도는 교차로 네 변의 횡단보도에 더해, 교차로 한가운데를 X자로 가로지르는 횡단보도 두 줄을 더 그린 것이에요. 위에서 내려다보면 네모 안에 X가 들어간 모양이라, 사거리라면 횡단보도가 모두 여섯 개가 돼요. 사람들이 이리저리 섞여 걷는 모습 때문에 '스크램블 횡단보도'라고 부르기도 해요. 국내에서는 1984년 서울 청량리역 근처 교차로에 처음 생겼다고 알려져 있어요.
이 횡단보도의 핵심은 바닥의 X자보다 신호에 있어요. 보행 신호가 켜지면 교차로로 들어오는 모든 방향의 차량 신호가 빨간불이 되고, 모든 횡단보도의 보행 신호가 한꺼번에 초록불로 바뀌어요. 서울시도 대각선 횡단보도를 별도의 보행 전용 신호를 두어 원하는 방향으로 한 번에 건너게 하는 시설이라고 설명해요. 교차로 안의 차가 모두 멈춘 사이에 사람만 건너는 시간이 따로 있는 셈이에요.
바닥에 대각선이 없어도 모든 방향의 보행 신호를 한꺼번에 켜는 교차로가 있어요. 이런 방식을 '동시 보행 신호'라고 해요. 신호는 같아도 대각선으로 건너는 횡단보도는 없으니, 이런 곳에서는 바닥에 그려진 횡단보도를 따라 건너면 돼요. 경찰청은 2023년에 우회전하는 차 때문에 생기는 사고를 줄이는 방법으로 대각선 횡단보도와 동시 보행 신호를 함께 늘리겠다고 밝혔어요. 서울에서는 2012년부터 2023년 사이에만 대각선 횡단보도 217곳이 새로 생겼어요.

걷는 자리에서 본 대각선 횡단보도
신호 한 번에 대각선 맞은편까지
걷는 사람에게 가장 큰 장점은 건너는 횟수가 줄어드는 거예요. 일반 교차로에서 대각선 맞은편 모퉁이로 가려면 횡단보도를 두 번 건너야 하고, 그 사이 신호도 두 번 기다려야 해요. 대각선 횡단보도가 있으면 초록불 한 번에 곧장 건너갈 수 있어요. 서울시와 도로교통공단 서울특별시지부가 서울의 대각선 횡단보도를 분석했더니 보행자의 평균 이동 거리가 32.5m에서 26.9m로 5.6m 줄었어요.
대각선은 길어서 출발이 중요해요
대각선은 같은 교차로의 다른 횡단보도보다 길어요. 네모의 대각선이 어느 변보다 긴 것과 같은 이치라, 교차로가 클수록 건너야 할 거리도 늘어나요. 그래서 대각선으로 건널 생각이라면 초록불이 켜진 직후에 출발하는 것이 좋아요. 초록불이 깜빡이기 시작했다면 새로 건너기 시작해서는 안 되고, 이미 건너는 중이라면 서둘러 마저 건너거나 보도로 되돌아와야 해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이 정한 보행 신호 점멸의 뜻이에요. 남은 시간을 숫자로 보여 주는 장치가 있다면 잔여시간 표시기 읽는 법도 함께 참고해 보세요.
기다리는 시간이 길게 느껴진다면
대각선 횡단보도 앞에서는 초록불을 기다리는 시간이 길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차량 신호와 별도로 사람만 건너는 신호를 두다 보니, 여러 번 나눠 기다리던 시간을 한 번에 몰아서 기다리는 구조이기 때문이에요. 타이밍이 나쁘면 예전보다 오래 기다릴 수도 있어요. 그래도 빨간불에 서둘러 건너기보다 다음 초록불을 기다리는 편이 안전해요. 초록불이 켜지면 교차로로 들어오는 차가 모두 멈추니까요.
운전석에서 본 대각선 횡단보도
보행 신호 동안에는 모든 방향이 멈춰요
운전석에서 먼저 알아 둘 것은 보행 신호가 켜진 동안 교차로로 들어오는 모든 방향의 차량 신호가 빨간불이라는 점이에요. 직진도 좌회전도 이 시간에는 정지선 뒤에서 기다려야 해요. 일반 교차로에서는 우회전하는 차 앞 횡단보도에 보행 신호가 함께 켜지는 일이 흔하지만, 대각선 횡단보도 교차로는 차가 움직이는 시간과 사람이 건너는 시간을 나눠 둔 곳이에요.
우회전은 보행 신호가 끝난 뒤에
가장 헷갈리는 것이 우회전이에요. 보행 신호 동안 내 앞 차량 신호는 빨간불이고, 빨간불에서 우회전하려면 정지선이나 횡단보도 바로 앞에서 먼저 멈춘 뒤 다른 차의 진행을 방해하지 않을 때만 돌 수 있어요. 여기에 도로교통법 제27조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거나 건너려고 할 때 그 앞에서 일시정지하도록 정하고 있어요. 경찰은 대각선 횡단보도 교차로라면 바로 앞 횡단보도뿐 아니라 맞은편과 대각선 횡단보도까지 여섯 개 모두를 살펴야 한다고 설명해요. 법은 '횡단보도'라고만 할 뿐 운전자와 가까운 쪽인지 먼 쪽인지 나누지 않기 때문이에요.
보행 신호가 켜진 동안에는 여섯 개 횡단보도 어딘가에 건너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에요. 그래서 실제로는 정지선 뒤에서 기다렸다가 보행 신호가 끝난 뒤에 도는 것이 안전해요. 건너는 사람이 있는데도 멈추지 않으면 보행자 보호 의무 위반으로 승용차 기준 범칙금 6만 원과 벌점 10점을 받아요. 교차로에 우회전 신호등이 따로 달려 있다면 그 신호가 먼저예요. 우회전 신호등이 빨간불일 때는 횡단보도에 사람이 없어도 돌 수 없어요. 우회전 신호등 규칙은 우회전 신호등 글에 자세히 정리해 두었어요.
내 쪽 신호가 초록불일 때
보행 신호가 끝나고 내 쪽 차량 신호가 초록불이 되면, 이번에는 보행 신호가 빨간불이에요. 대각선 횡단보도 교차로는 보통 보행 신호를 따로 모아 주기 때문에, 우회전하는 순간 바로 옆 횡단보도에서 사람이 함께 건너는 일이 줄어요. 대각선 횡단보도가 우회전하는 차와 보행자가 부딪치는 일을 줄이는 원리가 여기에 있어요. 다만 신호가 바뀐 직후에는 대각선 한가운데를 늦게 건너는 사람이 남아 있을 수 있어요. 대각선은 길어서 끝까지 건너는 데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이에요. 신호와 상관없이 횡단보도에 건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앞에서 멈춰야 해요. 어디에 멈춰 서야 하는지는 정지선과 횡단보도의 차이에 상황별로 정리해 두었어요.

서울 217곳을 설치 전후로 비교해 보니
사람과 차의 시간을 나누면 실제로 사고가 줄었을까요? 서울시와 도로교통공단 서울특별시지부는 2012년부터 2023년까지 서울에 설치된 대각선 횡단보도 217곳의 설치 전후를 비교해 2025년 11월에 결과를 발표했어요.
| 항목 | 설치 전 → 설치 후 |
| 차와 사람 사이 사고 | 99건 → 72건 (27.3% 감소) |
| 횡단 중 사고 | 66건 → 49건 (25.8% 감소) |
| 우회전하던 차와의 보행 사고 | 35.3% 감소 |
| 좌회전하던 차와의 보행 사고 | 44.8% 감소 |
| 보행자 보호 의무 위반 | 34건 → 17건 (절반으로) |
| 교차로 전체 교통사고 | 18.4% 감소 |
| 보행자 평균 이동 거리 | 32.5m → 26.9m |
차와 사람 사이 사고가 4분의 1 넘게 줄었고, 특히 좌회전하거나 우회전하던 차와 부딪친 보행 사고가 크게 줄었어요. 차가 교차로를 지나는 평균 속도는 조금 느려졌지만 줄어든 폭은 크지 않았어요. 다만 이 숫자는 설치 전과 후를 비교한 결과라서, 그사이 함께 바뀐 다른 조건의 영향도 섞여 있을 수 있어요. 줄어든 사고가 모두 대각선 횡단보도 덕분이라고 단정하기보다는, 사람과 차의 시간을 나눈 방식이 효과가 있다는 신호로 읽는 편이 좋아요.
어떤 교차로에 생길까
대각선 횡단보도가 모든 교차로에 맞는 것은 아니에요. 사람이 건너는 동안 모든 차를 세워야 하니, 차가 많은 교차로에서는 정체가 생길 수 있어요. 대각선이 길면 사람이 건너는 시간을 더 줘야 해서 차가 기다리는 시간도 늘어나요. 그래서 서울시는 보행자가 많은 교차로와 이미 동시 보행 신호로 운영하는 교차로를 먼저 살피고, 차량 정체와 대각선 길이, 신호 운영을 함께 따져 설치한다고 밝혔어요.
올해도 새로 생기는 곳이 있어요. 서울시는 2026년 7월 고척스카이돔 앞 동양미래대 교차로, 청계광장 근처 모전교 남쪽과 북쪽 교차로, 구로디지털단지 하이엔드 교차로, 송파구 거여라이프아파트 교차로까지 5곳에 대각선 횡단보도를 새로 놓겠다고 발표했어요. 고척스카이돔 앞은 프로야구 경기나 공연이 있는 날 사람이 한꺼번에 몰려 혼잡하던 곳이에요. 횡단보도가 세 방향에만 있던 교차로 4곳도 네 방향 모두 건널 수 있게 바꾸기로 했어요. 걷는 사람이 많은 곳부터 사람이 건너는 시간을 따로 떼어 주는 쪽으로 교차로가 바뀌고 있는 셈이에요.
걷는 자리와 운전석을 나란히 놓으면
걸어서 건널 때는 초록불 하나만 보면 되던 횡단보도가 운전석에서는 언제 멈춰야 할지부터 헷갈렸어요. 그런데 두 자리를 나란히 놓고 보니 규칙은 하나로 모여요. 사람이 건너는 시간에는 모든 차가 멈추고, 차가 움직이는 시간에는 사람이 기다린다는 것이에요. 걸을 때는 초록불 초반에 출발하고, 깜빡이기 시작하면 새로 건너지 않아요. 운전할 때는 보행 신호 동안 정지선 뒤에서 기다리고, 신호가 바뀐 뒤에도 대각선에 늦게 건너는 사람이 남아 있지 않은지 한 번 더 봐요. 다음에 대각선 횡단보도 앞에 서게 되면, 걷는 자리든 운전석이든 이 한 가지를 떠올려 보세요.
참고 자료
- 국가법령정보센터 「도로교통법」 제27조(보행자의 보호)
- 국가법령정보센터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별표 2(신호의 종류 및 신호의 뜻)
- 서울시 「'대각선횡단보도' 보행자 안전·편의 확인…서울 전역 설치 늘린다」(2025.11, 서울시·도로교통공단 서울특별시지부 분석)
- 서울시 「서울 더 걷기 편해진다…종로1가 등 25곳에 대각선횡단보도 신설」(2020.12)
- 내 손안에 서울 「보행자를 위한 횡단보도의 혁신은 계속된다!」(2025.2, 시민기자 기고)
- 경향신문 「보행자 안전·편의 잡은 대각선횡단보도 서울 전역 확대」(2025.11)
- 경향신문 「고척돔·무교동·구로디지털단지 등 5곳에 '대각선 횡단보도' 생긴다」(2026.7)
- 세계일보 「'보행안전 강화' 대각선 횡단보도 늘린다」(2026.7)
- 전북일보 「'대각선 횡단보도' 늘리고 도심 제한속도 60㎞로 완화」(2023.3, 경찰청 계획)
- 경향신문 「대각선 횡단보도, 보행자·우회전 차량 윈윈」(2022.10)
- 모터그래프 「대각선 횡단보도 우회전은 어떻게?…6개 횡단보도가 다 내꺼」(2023.5, 겟차 게재본)
- 파이낸셜뉴스 「횡단보도 보이면 차량 일단 멈추세요..보행자 의무 위반 단속 시작」(2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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