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회전 신호등이 빨간불이면 보행자가 없어도 멈춰야 할까? 처음 만나기 전에 바로잡을 착각 다섯 가지

2026. 10. 8. 12:45ㆍ도로 구조·사고 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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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직 우회전 신호등을 직접 마주친 적이 없습니다. 우회전 신호등은 2023년 1월 22일부터 정식 신호가 됐지만, 경찰청이 2024년 5월 무렵 밝힌 설치 대수는 전국 229곳이었습니다. 그해 말까지 400곳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전국의 교차로 수를 떠올리면 여전히 흔한 시설은 아닙니다. 그래서 언젠가 처음 마주쳤을 때 당황하지 않도록 규칙을 미리 정리해 두기로 했습니다. 찾아보니 우회전 규칙을 헷갈리는 사람이 저만은 아니었습니다. 경기연구원이 2023년 12월 시민 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우회전 방법을 정확히 알고 있는 운전자는 0.3%에 그쳤습니다. 우회전 신호등 앞에서 흔히 하는 착각 다섯 가지를 차례로 바로잡아 보겠습니다.

 

우회전 신호등은 어떤 신호등인가

우회전 신호등은 교차로에서 오른쪽으로 도는 차를 위해 따로 다는 삼색 신호등입니다. 오른쪽을 가리키는 녹색 화살표가 켜지면 우회전할 수 있고, 빨간불이 켜져 있으면 우회전할 수 없습니다. 경찰청은 2022년부터 전국 8개 시·도경찰청 관할 15곳에서 시범 운영을 했고,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이 바뀌면서 2023년 1월 22일부터 정식 신호가 됐습니다.

 

모든 교차로에 다는 신호등은 아닙니다. 같은 곳에서 한 해에 우회전 차량 사고가 3건 이상 났거나, 보행자와 우회전 차량의 동선이 자주 겹치는 교차로처럼 우회전이 특히 위험한 곳을 골라 설치합니다. 우회전 신호등이 보인다면 그 교차로는 우회전하는 차와 보행자 사이의 위험이 크다고 판단된 곳이라는 뜻입니다. 평소보다 한 번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할 이유가 신호등 자체에 담겨 있는 셈입니다.

 

교차로 신호등에 오른쪽을 가리키는 녹색 화살표가 켜진 가운데 승용차가 우회전하는 모습
우회전 신호등이 있는 교차로에서는 녹색 화살표가 켜졌을 때만 우회전할 수 있다.

 

착각 1. 빨간불이어도 건너는 사람이 없으면 돌아도 된다

가장 흔한 착각입니다. 우회전 신호등이 없는 교차로에서는 전방 차량 신호가 빨간불일 때 정지선 앞에서 멈춘 뒤, 보행자가 없으면 천천히 우회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회전 신호등이 있는 교차로에서는 이 방법이 통하지 않습니다. 우회전 신호등이 빨간불이면 횡단보도에 사람이 한 명도 없어도 우회전할 수 없고, 녹색 화살표가 켜질 때까지 정지선 앞에서 기다려야 합니다. 사람이 보이지 않아도 기다리게 하는 이유는 이 신호등이 달린 곳이 애초에 우회전 사고가 잦았던 교차로이기 때문입니다. 운전석에서는 아무도 없어 보이는 순간에도 버스나 기둥 뒤에서 사람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빨간불에 돌면 신호위반이 됩니다. 범칙금은 승용차 6만 원, 승합차 7만 원, 이륜차 4만 원이고 벌점은 15점입니다.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 사이에 신호를 어기면 승용차 기준으로 범칙금 12만 원, 벌점 30점으로 두 배가 됩니다. 보호구역에서 무거워지는 규칙은 어린이·노인·장애인 보호구역 비교에 따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신호위반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이 정한 12대 중과실 가운데 하나여서, 사고로 사람을 다치게 하면 보험 가입이나 합의와 관계없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착각 2. 일단 멈췄다가 돌면 괜찮다

2023년부터 우회전 규칙이 바뀌었다는 소식을 들은 분이라면 '빨간불이면 일단 멈췄다가 돈다'를 기억하고 계실 겁니다. 그런데 이것은 우회전 신호등이 없는 교차로의 규칙입니다. 우회전 신호등이 있는 곳에서는 멈췄다가 빨간불인 채로 출발하면, 앞에서 멈춘 것과 관계없이 신호위반입니다. 두 경우를 나란히 놓으면 차이가 분명해집니다.

 

구분 우회전 신호등이 없는 교차로 우회전 신호등이 있는 교차로
돌 수 있는 때 전방 신호가 녹색이면 서행하며, 빨간불이면 정지선 앞에서 멈춘 뒤 우회전 녹색 화살표가 켜졌을 때만
우회전 신호가 빨간불일 때 해당 없음 보행자가 없어도 우회전할 수 없음
횡단보도에 사람이 있거나 건너려 할 때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정지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정지

 

결국 기억할 것은 하나입니다. 우회전 신호등이 있으면 전방 차량 신호가 아니라 우회전 신호등을 봅니다. 일시정지는 우회전 신호등이 없는 곳에서 빨간불일 때 쓰는 방법이지, 우회전 신호등의 빨간불을 대신해 주지는 않습니다.

 

착각 3. 녹색 화살표가 켜지면 횡단보도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녹색 화살표는 우회전해도 된다는 신호이지, 횡단보도를 살피지 않고 지나가도 된다는 신호가 아닙니다. 우회전 신호등은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과 우회전하는 차가 겹치지 않도록 만든 장치이지만, 신호가 바뀌기 전에 다 건너지 못한 사람이나 뒤늦게 뛰어드는 사람까지 막아 주지는 못합니다. 도로교통법 제27조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거나 건너려고 할 때 운전자가 횡단보도 앞에서 일시정지하도록 정하고 있고, 이 의무는 녹색 화살표가 켜져 있을 때도 그대로입니다.

 

숫자를 보면 왜 이렇게까지 조심해야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지난해 우회전하던 차와 관련된 사고로 숨진 사람은 75명이었고, 그 가운데 42명이 보행자였습니다. 그 보행자 가운데 23명은 65세 이상이었습니다. 걸음이 느린 어르신은 신호가 바뀐 뒤에도 횡단보도 위에 남아 있기 쉽습니다. 숨진 보행자의 3분의 2가량은 승합차나 화물차 같은 큰 차와 관련된 사고였습니다. 큰 차는 운전석에서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가 넓어서, 횡단보도 가까이 서 있는 사람을 놓치기 쉽습니다. 걷는 사람이라면 큰 차가 우회전하려고 할 때 차 바로 옆이나 모퉁이 끝에 서 있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돌고 난 뒤에 만나는 횡단보도도 놓치지 마세요. 교차로 모퉁이에 삼각형 교통섬이 있으면 섬 앞과 뒤에서 횡단보도를 두 번 만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구조는 교통섬의 종류와 보행자 안전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착각 4. 빨간불에 서 있으면 뒤차에 민폐다

우회전 신호등이 빨간불이라 멈춰 있으면 뒤차가 경적을 울리기도 합니다. 앞에서 소개한 경기연구원 조사에서도 일시정지를 지키다 뒤차의 경적이나 상향등 같은 보복성 행동을 겪었다는 운전자가 75.3%였습니다. 하지만 빨간불에 멈춰 서는 것은 민폐가 아니라 의무입니다. 경적에 밀려 출발해도 신호위반의 책임은 출발한 운전자에게 남습니다. 뒤차 운전자가 우회전 신호등이 있는 줄 몰라 경적을 울렸을 수도 있으니, 당황해서 출발하기보다 신호등을 한 번 더 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뒤에서 기다리는 쪽이라면 앞차가 왜 서 있는지 먼저 신호등을 확인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경찰청은 올해 4월 20일부터 6월 19일까지 두 달 동안 우회전 집중단속을 벌이면서, 일시정지로 보행자를 확인하고 서행하는 것만으로 사고를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차가 기다리는 그 시간은 누군가가 횡단보도를 무사히 건너는 시간입니다.

 

우회전 차로 맨 앞 승용차가 정지선 뒤에 멈춰 서고 어르신과 시민들이 횡단보도를 건너는 모습
빨간불에 멈춰 기다리는 시간이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을 지킨다

 

착각 5. 우회전 신호등이 없으면 녹색 신호에서는 멈출 일이 없다

우회전 신호등이 없는 교차로에서도 멈춰야 할 때가 있습니다. 전방 차량 신호가 빨간불이면 정지선 앞에서 반드시 멈춘 뒤 보행자가 없을 때 천천히 돌아야 합니다. 녹색 신호라도 횡단보도에 건너거나 건너려는 사람이 있으면 그 앞에서 멈춰야 합니다. 어린이보호구역 안의 신호기 없는 횡단보도에서는 보행자가 보이지 않아도 일시정지해야 합니다.

 

신호등이 있든 없든, 우회전하는 차가 횡단보도 앞에서 속도를 줄이고 사람을 확인해야 한다는 점은 같습니다. 정지선과 횡단보도 사이 어디에 멈춰야 하는지는 정지선과 횡단보도의 차이에 상황별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처음 마주쳤을 때 따라 할 순서

  1. 교차로가 가까워지면 전방 차량 신호등과 따로 우회전 신호등이 있는지부터 확인합니다.
  2. 우회전 신호등이 빨간불이면 횡단보도에 사람이 없어도 정지선 앞에서 기다립니다.
  3. 녹색 화살표가 켜지면 출발하되, 횡단보도에 남아 있는 사람이 없는지 보며 천천히 돕니다.
  4. 돌고 난 뒤 만나는 횡단보도와 그 주변 보행자도 다시 확인합니다.
  5. 우회전 신호등이 없는 교차로라면 전방 신호가 빨간불일 때 정지선 앞에서 멈췄다가, 보행자가 없을 때 천천히 돕니다.

 

화살표 하나가 바꾸는 우회전

저는 아직 우회전 신호등을 직접 본 적이 없지만, 처음 마주치는 날에는 이 한 가지만 떠올리려고 합니다. 우회전 신호등이 있는 곳에서는 녹색 화살표만 믿고, 빨간불이면 사람이 없어도 기다린다는 것입니다. 운전자 가운데 0.3%만 우회전 방법을 정확히 안다는 조사처럼 규칙이 복잡하게 느껴질수록 기준은 단순하게 잡는 편이 좋습니다. 신호등이 있으면 신호를 따르고, 없으면 횡단보도 앞에서 한 번 멈춰 사람을 확인합니다. 우회전 사고로 숨진 사람의 절반 넘게가 보행자였다는 숫자를 떠올리면, 신호를 기다리는 그 짧은 시간이 아깝지 않습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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