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10. 7. 10:10ㆍ보행 안전시설
횡단보도 앞에서 휴대폰을 보며 신호를 기다리다 보면, 발밑 바닥에서 빨간 불빛이 초록으로 바뀌는 순간이 눈에 들어와요. 고개를 들지 않아도 신호가 바뀐 것을 알 수 있게 만든 바닥형 보행신호등이에요. 그런데 올해 들어 이 바닥 불빛을 둘러싼 기사가 잇따르고 있어요. 경기도 감사위원회가 도내 8개 시의 바닥형 보행신호등 268곳을 점검했더니 44%가 제 기능을 하지 못했고, 경북에서는 고장 건수가 4년 만에 약 5배로 늘었어요. 기둥 신호등은 빨간불인데 바닥은 초록불로 켜진 곳도 있었어요. 바닥 불빛을 어디까지 믿어도 되는지, 자주 묻는 질문 순서대로 정리해 볼게요.
Q1. 바닥형 보행신호등은 정확히 무엇인가요?
경찰청은 바닥형 보행신호등을 '보행신호등이 설치된 횡단보도에 선택적으로 설치되는 보행 보조장치'라고 설명해요. 횡단보도 대기선 바닥에 보행 신호를 켜서 보행자에게 신호 정보를 한 번 더 알려 주는 장치라는 뜻이에요. 기둥 신호등이 빨간불이면 바닥도 빨간빛, 초록불이면 바닥도 초록빛으로 함께 바뀌어요.
설치 위치는 보도 끝 연석 바로 뒤예요. 연석과 점자블록 사이 바닥에 LED 블록을 횡단보도 폭에 맞춰 줄지어 묻어요. 인천연구원 자료에 나온 블록 하나의 크기는 가로 30cm, 세로 10cm, 높이 6cm이고, 이런 블록이 한쪽에 6~7m 길이로 이어져요. 신호를 기다리는 사람이 서는 자리와 차도 사이에 빛으로 선을 그어 둔 셈이에요. 다만 모든 횡단보도에 있는 장치는 아니에요. 필요한 곳을 골라 덧붙이는 장치라서, 바닥 불빛이 없는 횡단보도가 더 흔해요.

Q2. 언제, 왜 생겼나요?
시작은 스마트폰을 보며 걷는 이른바 '스몸비'였어요. 고개를 숙이고 화면을 보는 사람은 기둥에 달린 신호등을 놓치기 쉬우니, 시선이 머무는 바닥에 신호를 한 번 더 보여 주자는 생각이에요. 어린이나 노인처럼 사고 위험이 큰 보행자를 보호하려는 목적도 함께 있었어요.
2018년 5월부터 11월까지 서울과 경기 수원·용인·남양주·양주, 대구, 부산 등 13곳에서 시범 운영을 거쳤고, 경찰청이 2019년 3월 표준지침을 만들면서 전국으로 퍼졌어요. 2022년에는 지침을 고쳐 설치할 수 있는 곳을 넓혔어요. 처음에는 왕복 4차로 이상 도로 가운데 보행자 횡단사고가 잦은 보호구역에만 설치할 수 있었는데, 이를 보행자 안전을 위해 필요한 지점까지 넓히고 겹치던 심의 절차도 없앴어요. 인천에서는 2019년 2개였던 바닥형 보행신호등이 2024년 9월 327개가 됐고, 전국에는 2023년 기준 3,709곳에 설치됐어요.
Q3. 실제로 효과가 있나요?
효과는 숫자로 확인돼요. 도로교통공단의 2019년 연구에서는 바닥형 보행신호등을 설치한 뒤 밤 시간대에 차도로 내려가 신호를 기다리는 보행자 비율이 27%에서 13%로 줄었어요. 인천연구원이 2019~2022년에 설치한 인천의 56개 지점을 설치 전후로 비교했더니, 교통사고가 한 해 134.3건에서 115.6건으로 14% 줄었어요. 보행자 사고는 13% 줄었고, 어린이보호구역에서는 보행자 사고 감소 폭이 24%가량으로 더 컸어요.
다만 같은 공단 연구에서 낮 시간대의 차도 대기 비율은 21%에서 20%로 거의 변하지 않았어요. 바닥 불빛은 어두울수록 제 역할을 하는 장치라는 뜻이에요. 이 차이는 뒤에 나오는 질문들과도 이어져요.
Q4. 왜 이렇게 자주 고장 나나요?
올해 지역마다 드러난 고장 상황을 모아 보면 다음과 같아요.
| 지역 | 드러난 문제 | 알려진 때 |
| 경기 8개 시 | 268곳 중 44%가 제 기능을 못 함. 전체나 일부가 꺼진 곳 108곳, 빨간불과 초록불이 함께 켜진 곳 18곳, 기둥 신호와 반대 색이 켜진 곳 4곳 | 2026년 1월, 도 감사위원회 |
| 경북 | 고장이 2021년 10건에서 2025년 55건으로 약 5배, 유지보수비는 2024년 680만 원에서 2025년 2억1,730만 원으로 늘어남 | 2026년 9월, 국회의원실 자료 |
| 강원 춘천 | 2025년 한 해 고장 수리 민원 52건, 1년 넘게 불이 꺼진 곳도 있음 | 2026년 4월, 지역 언론 보도 |
| 전남 목포 | 217개 횡단보도에 설치, 기둥은 빨간불인데 바닥은 초록불로 켜진 사례, 고칠 예산이 없어 새 설치를 멈춤 | 2026년 7월, 언론 보도 |
경북에서 집계된 고장을 보면 불이 꺼지는 고장이 79건으로 가장 많았고, 색이 잘못 켜지는 고장 34건, 기둥 신호와 다르게 켜진 고장 5건이 뒤를 이었어요.
원인은 설치 방식에 있어요. 바닥에 묻는 장치라 빗물이 스며들거나 안에 습기가 차기 쉬워요. 목포에서는 결로로 생긴 습기가 누전과 오작동을 일으켰고, 강원에서는 차량 충격과 누수에 약한 점이 고장 원인으로 꼽혔어요. 비용도 만만치 않아요. 처음 설치할 때 네 방향 횡단보도의 양쪽 끝, 모두 8면에 까는 사거리 한 곳에 8,000만 원 안팎이 들어요. 강원에서는 고장 난 한 곳을 바꾸는 데 2,000만 원가량이 든다고 하고, 불을 켜 두는 전기료도 한 곳에 한 달 평균 1만7,600원 정도 들어요. 설치할 때는 예산을 받았지만 고칠 예산과 담당 부서가 분명하지 않은 곳이 많다는 점도 감사와 보도에서 공통으로 지적됐어요.
Q5. 바닥 불빛과 기둥 신호등이 다르면 무엇을 따라야 하나요?
기둥 신호등이에요. 바닥형 보행신호등은 경찰청 설명대로 보행신호등이 있는 횡단보도에 덧붙이는 보조장치이고, 기둥 신호에 맞춰 같은 색을 켜도록 만든 장치예요. 두 신호가 다르다는 것은 바닥 장치가 고장 났다는 뜻이에요.
특히 위험한 것은 목포 사례처럼 기둥은 빨간불인데 바닥이 초록불로 켜지는 경우예요. 발밑만 보던 사람은 그대로 차도로 걸어 나갈 수 있어요. 반대로 기둥이 초록불인데 바닥이 빨간불이거나 꺼져 있다면, 기둥 신호를 확인하고 차가 멈췄는지 본 뒤 건너면 돼요. 어느 쪽이 맞는지 헷갈린다면 그 신호에는 건너지 말고 다음 신호를 기다리는 편이 안전해요.
Q6. 고장이 아니어도 바닥 신호만 보면 안 되는 이유가 있나요?
있어요. 첫째, 낮에는 잘 보이지 않아요. 인천연구원은 어린이 보행자 사고가 가장 잦은 오후 2시부터 6시 사이에 햇빛이 강해 LED가 잘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어요. 바닥 불빛의 색이 주변 보도블록과 비슷하면 색이 바뀐 것을 빨리 알아채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어요. 도로교통공단은 기존 지침이 밝기를 조절하는 기능을 갖추라고만 했을 뿐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제품마다 제각각이라고 설명했어요. 그래서 2024년에 시간대에 따라 밝기를 조절하거나 끌 수 있도록 지침을 고치겠다고 밝혔어요.
둘째, 시선이 바닥으로 내려가요. 인천연구원은 바닥 신호가 보행자의 시선을 땅으로 이끌어 좌우를 살피며 건너는 '방어 보행'을 막는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어요. 맞은편 신호등을 바라봐야 양옆에서 다가오는 차도 함께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에요. 초록불에도 신호를 어기고 달려오는 차나 우회전하는 차는 발밑이 아니라 옆에서 다가와요.
셋째, 눈으로 봐야 하는 신호라 앞을 보기 어려운 사람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아요. 시각장애인에게 신호를 알려 주는 역할은 음향신호기가 맡아요.
Q7. 고장 난 바닥 신호등을 보면 어디에 알리나요?
안전신문고 앱이나 누리집에 사진과 위치를 올리면 돼요. 서울에서는 서울 스마트 불편신고나 120다산콜재단으로도 알릴 수 있어요. 신고할 때는 교차로 이름이나 주변 건물로 위치를 적고, 어느 방향 횡단보도인지, 꺼져 있는지, 기둥과 다른 색이 켜지는지, 두 색이 함께 켜지는지 같은 증상을 함께 적으면 고치는 쪽에서 찾기 쉬워요. 기둥 신호와 반대 색이 켜지는 고장은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니 미루지 말고 알리는 게 좋아요.
건너기 전 확인 순서
- 횡단보도 앞에서는 휴대폰을 내리고 기둥의 보행신호등부터 봐요.
- 바닥 불빛은 신호가 바뀐 것을 알려 주는 보조 신호로만 써요. 기둥과 색이 다르면 기둥 신호를 따르고, 헷갈리면 다음 신호를 기다려요.
- 초록불이 켜져도 바로 걸어 나가지 말고, 좌우에서 오는 차가 멈췄는지 확인해요.
- 초록불이 깜빡이기 시작했거나 기둥 옆 잔여시간 표시기의 숫자가 얼마 남지 않았다면, 새로 건너기 시작하지 말고 다음 신호를 기다려요.
- 꺼져 있거나 이상하게 켜진 바닥 신호등을 보면 위치와 증상을 신고해요.

고개를 숙인 사람을 위한 두 번째 신호
바닥형 보행신호등은 고개를 숙인 사람에게 신호를 한 번 더 알려 주는 장치예요. 밤에 차도로 내려가 기다리는 사람을 절반 넘게 줄였고, 사고를 줄인 효과도 확인됐어요. 하지만 어디까지나 기둥 신호등을 돕는 두 번째 신호이고, 바닥에 묻혀 있는 만큼 고장도 잦아요. 발밑 불빛으로 신호가 바뀐 것을 알아챘다면, 건너기 전에는 고개를 들어 기둥 신호등과 다가오는 차를 한 번 더 확인해 주세요.
참고 자료
- 정보통신신문 「바닥형 보행신호등·보행신호 음성안내장치 설치 확대 추진」(2022.8, 경찰청 발표)
- 인천연구원 「스마트 횡단보도 바닥형 보행신호등 설치 효과 및 개선 방안」(2024.12)
- 이데일리 「바닥신호등 낮에 안보여 전기료 줄줄…교통공단 "지침 개정"」(2024.9)
- 뉴스핌 「"눈에 확 띄네요" 바닥신호등 전국 도입 확대…서울 자치구 '천차만별'」(2021.9)
- 경향신문 「보행신호등 믿다간 큰일?···경기 '바닥형 신호등' 44% 고장」(2026.1)
- 경북일보 「보행자 지키려 깔았는데…경북 바닥신호등 고장 5배 증가」(2026.9)
- 아시아투데이 「목포 바닥형 LED 보행신호등 오작동 잇따라…유지보수 예산 없어 안전 우려」(2026.7)
- 강원일보 「강원도 바닥형 신호등 '꺼진 안전'… 방치 속 보행자 위험 확대」(2026.4, 다음 뉴스)
- 경향신문 「신호등이 고장 나 있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서울시에 신고하면 연말에 포상준답니다」(2024.12)
'보행 안전시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음향신호기에서 소리가 나면 바로 건너도 될까? 안내음 구별과 안전한 이용 순서 (0) | 2026.09.29 |
|---|---|
| 볼라드는 왜 설치할까? 볼라드 종류와 안전 기능 알아보기 (0) | 2026.09.28 |
| 보도 경계석이 깨지거나 내려앉으면 왜 위험할까? 차도 경계를 지키는 세 가지 역할 (1) | 2026.09.28 |
| 점자블록의 점과 선은 무슨 뜻일까? 실제 보행 순서와 잘못된 설치 사례 (0) | 2026.09.27 |
| 숫자로 읽는 2025년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 926명이 말해 주는 것 (0) | 2026.09.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