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10. 3. 10:32ㆍ노면표시·운전
출근길 큰 사거리에서 신호를 기다리다 보면 이런 장면을 자주 본다. 내 앞 신호는 녹색인데 건너편 도로는 이미 차로 꽉 차 있다. 앞차는 그래도 교차로 안으로 들어가고, 결국 교차로 한가운데 멈춰 선다. 잠시 뒤 신호가 바뀌면 옆 방향 차들은 녹색 신호를 받고도 움직이지 못한다. 흔히 '꼬리물기'라고 부르는 모습이다. 이런 교차로 바닥에는 노란 테두리 안쪽에 빗금을 빙 둘러 그린 커다란 사각형이 칠해져 있는 경우가 많다. 경찰청은 2025년 12월부터 이 사각형을 기준으로 꼬리물기를 잡아내는 인공지능 단속 장비를 시범 운영하기 시작했다. 노란 빗금 사각형이 무슨 뜻인지, 녹색 신호를 받고도 꼬리물기가 되는 때는 언제인지 장면별로 판정해 본다.
노란 빗금 사각형의 이름, 정차금지지대
교차로 바닥의 노란 빗금 사각형은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별표 6에 '정차금지지대 표시'(일련번호 524)로 정해진 노면표시다. 광장이나 교차로 중앙지점 같은 구획에 차가 들어가 정차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뜻이다. 노란 실선으로 사각형 테두리를 두르고, 테두리 안쪽을 따라 한 방향으로 기운 빗금을 띠처럼 칠한다. 실제 교차로에서는 가운데를 비워 두는 경우가 많아서, 위에서 내려다보면 빗금 띠를 두른 커다란 액자처럼 보인다.
이 표시는 예전에는 흰색이었다. 2023년 7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이 바뀌면서 노란색으로 바뀌었고, 빗금도 더 길고 굵게, 간격은 더 넓게 칠하도록 했다. 흰색일 때는 교차로 안의 다른 흰 선들과 섞여 눈에 잘 띄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경찰청이 2024년 3월부터 5월까지 사고가 잦거나 꼬리물기가 심한 교차로 58곳에 노란색 정차금지지대를 설치한 뒤 살펴보니, 한 달 평균 교통사고가 1.71건에서 0.51건으로 약 70% 줄었다. 신호 한 번에 꼬리물기를 하는 차도 6.39대에서 4.49대로 약 30% 줄었다.
핵심은 '지나갈 수는 있지만 멈추면 안 되는 곳'이라는 점이다. 비슷하게 빗금이 그어진 안전지대는 차가 아예 들어가면 안 되는 곳이라 성격이 다르다. 안전지대가 '들어오지 말라'는 표시라면, 정차금지지대는 '들어왔다면 멈추지 말고 빠져나가라'는 표시다. 신호를 기다리느라 멈추는 것도 예외가 아니다.
빗금 사각형 안에 '정지신호 시 진입금지' 같은 글씨를 함께 써 둔 교차로도 있다. 법제처는 2024년 3월, 이 글씨 자체는 별도의 안전표지가 아니라고 해석했다. 법으로 정해진 표시는 글씨가 아니라 노란 빗금 사각형, 곧 정차금지지대 표시라는 뜻이다.

녹색 신호보다 앞서는 기준
꼬리물기를 금지하는 근거는 「도로교통법」 제25조 제5항이다. 신호기가 있는 교차로에 들어가려 할 때, 앞쪽 차들의 상황 때문에 교차로 안(정지선이 있으면 정지선을 넘은 부분)에 멈추게 되어 다른 차의 통행을 방해할 우려가 있다면 그 교차로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중요한 말은 '신호'가 아니라 '앞쪽 차들의 상황'이다. 녹색 신호는 무조건 들어가라는 허락이 아니라, 앞길이 비어 있을 때 들어갈 수 있다는 조건에 가깝다.
| 구분 | 내용 |
| 근거 | 「도로교통법」 제25조 제5항(교차로 통행방법) |
| 금지되는 것 | 앞이 막혀 교차로 안에 멈추게 될 상황에서 진입하는 것 |
| 판단하는 때 | 정지선을 넘기 전 |
| 현장 적발 | 범칙금 4만 원(승용차) |
| 무인 장비 적발 | 과태료 5만 원(승용차) |
| 단속 예외 | 교통사고처럼 피할 수 없는 정차 |
무인 카메라에 찍힌 꼬리물기에 차 주인에게 과태료를 물릴 수 있게 된 것은 2013년 법이 바뀌면서부터다. 그 전에는 경찰관이 직접 단속해야만 처벌할 수 있었다.
이 차는 꼬리물기일까, 다섯 장면 판정
1. 녹색 신호인데 건너편이 이미 꽉 찼다
앞차를 따라 정지선을 넘었지만 건너편 출구에 내 차가 설 자리가 없다. 판정은 꼬리물기다. 녹색 신호였다는 사실은 이유가 되지 않는다. 들어가기 전부터 교차로 안에 멈추게 될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2. 공간을 보고 들어갔는데 바로 앞에서 사고가 났다
출구 쪽에 공간이 충분해서 들어갔는데, 바로 앞에서 접촉사고가 나 길이 막혔다. 들어갈 때는 예상할 수 없었던 상황이라 꼬리물기로 보기 어렵다. 경찰청도 교통사고처럼 피할 수 없는 정차는 단속 예외로 둔다. 이때는 비상등을 켜고 뒤차에 상황을 알리는 것이 먼저다.
3. 정지선 바로 앞에서 황색 신호로 바뀌었다
이 장면은 꼬리물기 이전에 신호의 문제다.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별표 2는 황색 신호가 켜지면 정지선이나 교차로 직전에 멈추고, 이미 차의 일부라도 교차로에 들어갔다면 신속히 교차로 밖으로 빠져나가도록 정하고 있다. 대법원도 2024년, 교차로에 들어가기 전에 황색 신호로 바뀌었다면 멈춰야 하고 그대로 지나가면 신호위반이라고 판단했다. 황색 신호에 무리하게 들어간 차가 교차로 한가운데 갇히는 것이 꼬리물기의 흔한 시작이다.
4. 앞차 꽁무니만 보고 사각형 안으로 들어갔다
앞차가 움직이길래 따라 들어갔는데, 앞차가 출구 직전에서 멈추는 바람에 내 차는 빗금 사각형 안에 섰다. 판정은 꼬리물기다. 앞차 한 대만 보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출구 쪽 두세 대 앞의 흐름까지 보고, 내 차가 통째로 들어갈 공간이 생긴 뒤에 출발해야 한다. 버스나 트럭처럼 긴 차 뒤에 있을 때는 앞이 잘 보이지 않으니 더 넉넉하게 기다리는 편이 낫다.
5. 빗금 사각형이 아직 흰색인 교차로였다
기준이 바뀌기 전에 칠한 흰색 빗금 사각형이 남아 있는 교차로도 있다. 노란색이 아니니 괜찮겠다며 따라 들어갔다가 사각형 안에 멈춰 섰다면 판정은 역시 꼬리물기다. 꼬리물기를 금지하는 조항은 표시의 색과 상관없이 신호기가 있는 모든 교차로에 적용된다. 빗금 사각형이 아예 없는 교차로도 마찬가지다. 바닥의 표시는 멈추면 안 되는 범위를 눈에 보이게 그려 둔 것일 뿐, 규칙 자체는 어디서나 같다.
몇 대의 꼬리물기가 교차로 전체를 멈추는 과정
꼬리물기가 위험한 이유는 막힘이 한 방향에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동서 방향 차 몇 대가 빗금 사각형 안에 남은 채 신호가 바뀌면, 남북 방향 차들은 녹색 신호를 받고도 출발하지 못한다. 그사이 남북 방향에서도 비집고 들어오는 차가 생기고, 다음 신호에는 거꾸로 동서 방향이 막힌다. 서로가 서로의 출구를 막는 상태가 이어지면 교차로 전체가 멈춘다.
피해는 차에만 돌아가지 않는다. 출구 쪽 횡단보도 위에 멈춘 차는 보행자가 건너야 할 길을 가로막는다. 정지선과 횡단보도 사이에서 차가 어디에 서야 하는지는 정지선과 횡단보도 글에서 자세히 다뤘다. 구급차와 소방차도 막힌 교차로 앞에서는 빠져나갈 길이 없다.

인공지능 단속 장비가 보는 것
경찰청은 2025년 12월부터 2026년 2월까지 서울 강남구 국기원사거리에서 인공지능 꼬리물기 단속 장비를 시범 운영했고, 처음에는 처벌보다 계도 위주로 운영했다. 장비는 영상을 분석해, 정차금지지대가 표시된 교차로에서 녹색 신호에 들어간 차라도 적색 신호로 바뀐 뒤 일정 시간 안에 정차금지지대를 빠져나가지 못하면 단속 대상으로 판단한다. 교통사고처럼 피할 수 없는 정차는 예외다. 이 장비는 차가 언제 교차로에 들어갔는지, 신호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정차금지지대에 얼마나 머물렀는지를 영상으로 함께 따지고, 신호위반과 과속까지 한 번에 잡아낼 수 있다고 알려졌다.
경찰청은 2026년에 상습 정체 교차로 10곳에 장비를 설치하고, 2027년부터 꼬리물기가 잦은 전국 교차로 883곳으로 넓힐 계획이라고 밝혔다. 단속의 기준선이 바닥의 노란 빗금 사각형인 만큼, 이 표시를 읽는 습관이 앞으로 더 중요해진다.
정지선 앞에서 살필 세 곳
- 건너편 출구에 내 차 한 대가 통째로 들어갈 공간이 있는지 본다. 차 길이에 앞뒤 여유를 더한 만큼이 필요하다.
- 앞차 한 대가 아니라 출구 쪽 두세 대 앞의 흐름을 본다. 앞차가 움직인다고 그 앞까지 비어 있는 것은 아니다.
- 신호가 곧 바뀔 것 같으면 정지선에서 기다린다. 같은 방향 횡단보도의 잔여시간 표시기는 보행자를 위한 장치라서, 교차로에 따라 차량 신호와 바뀌는 때가 다를 수 있다. 숫자에 기대기보다 내 앞의 차량 신호와 건너편 출구 공간을 직접 보고 판단한다.
이미 사각형 안에 갇혔다면 무리하게 차로를 바꾸거나 경적을 울리기보다, 앞차를 따라 천천히 빠져나가는 것이 안전하다. 옆 방향 차들이 출발하는 순간과 겹치지 않도록 좌우를 살피는 것도 잊지 말자.
녹색 신호의 진짜 뜻
교차로의 녹색 신호는 '지금 들어가라'가 아니라 '앞길이 비어 있다면 들어가도 된다'는 뜻에 가깝다. 바닥의 노란 빗금 사각형은 그 판단을 도와주는 표시다. 사각형 앞에서 한 번 멈춰 건너편을 살피는 몇 초가 내 차뿐 아니라 옆 방향 차와 보행자, 출동하는 구급차의 시간까지 지킨다.
참고 자료
- 국가법령정보센터 「도로교통법」 제25조(교차로 통행방법)
- 법제처 법령해석 23-1140, 정차금지지대표시 구획 속 '정지신호 시 진입금지' 글씨의 효력(2024년 3월 20일) — 법제처
- 서울경찰청 노란색 정차금지지대 시범 설치 결과(2024년 8월 7일 발표) — 세계일보 보도, 서울신문 보도
- 경찰청 인공지능 꼬리물기 단속 시범 운영(2025년 11월 발표) — 포커스경제 보도, 세계일보 보도
- 꼬리물기 무인카메라 과태료 도입(2013년) — 서울신문 보도
- 교차로 진입 전 황색 신호에 관한 대법원 판결(2024년) — 세계일보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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